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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의 역사와 분포
가을하면 세상은 온통 노랗고 붉게 물듭니다. 그 색깔은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에서 나옵니다. 그만큼 은행나무는 가을을 대표하는 나무 중 한 종류입니다. 은행나무는 은행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으로, 전 세계에서 오직 은행나무 속의 하나의 종만이 존재합니다. 이 식물은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존재로, 온 세상에서 다른 피붙이 없는 외로운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은행나무라는 이름은 한자로 '은행'이라고 쓰며, 그 열매는 살구와 유사하지만 흰색을 띠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서양에서는 '눈빛 살구' 또는 '천하의 머리'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잎의 모양이 오리발과 닮았다고 해서 '악수 열매'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이 밖에도 '백과목', '행자목' 등으로 불립니다. 학명은 Ginkgo biloba이며, 일본어로는 '긴코'라고 발음되며, 이는 독일어의 'Ginkgo'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은행나무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살아남은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로, 많은 식물들이 화석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지질학적으로 볼 때 은행나무는 고생대부터 존재했으며, 특히 중생대에서 번성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빙하기 동안 많은 식물들이 사라졌으나, 중국의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 은행나무는 계속 자생하며 생존해왔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제주도부터 함경도까지 은행나무를 볼 수 있으며, 심양에서는 최저 기온이 영하 38도까지 내려가지만 잘 자생하고 있습니다. 은행나무가 한국에 정확히 언제 도입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불교나 유교와 함께 들어온 것으로 추측됩니다. 중국에서는 공자와 같은 유교 성인들에 의해 심어졌다고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서도 사찰의 경내나 관가에 심어졌습니다.
은행나무의 문화적 의미와 보호
한국에서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많은 나무들 중 가장 많이 보호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19곳의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경기도 양평의 용문사에 있는 은행나무는 특히 유명합니다. 이 나무는 신라의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슬픔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중 심었다는 전설이 있으며, 신라의 배상 대사가 지팡이를 꽂아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나무는 높이가 60m를 넘는 동양에서 가장 큰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재난을 겪었으나, 이 나무는 항상 멀쩡한 상태로 남아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한 은행나무는 나라의 중요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가지에서 소리가 나며 이를 예언했다고 전해집니다. 예를 들어, 8.15 광복 직전과 6.25 전쟁 중에는 나무가 울음소리를 내었고, 4.19 혁명과 5.16 군사정변 때도 이상한 소리를 냈다고 전해집니다. 세종대왕 때는 명목으로 '당상'이라는 칭호를 받았고, 고종 황제의 승하 때는 큰 가지가 칼로 자른 듯 부러졌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한,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 순사가 도끼로 나무를 자르다가 그 자리에서 죽었으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자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했다고 전해집니다. 다음은 은행나무의 특징과 활용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은행나무의 특징과 활용
은행나무는 독특한 생물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암나무와 수나무가 구분되지만 대부분의 오래된 나무는 암나무입니다. 암나무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수나무는 꽃가루를 날려서 수분을 시킵니다. 은행나무는 두 나무가 서로 가까이 있어야 열매를 맺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은행나무의 꽃은 황록색으로 짧은 요로 피어나며, 앙꽃은 찾기 어렵고 꽃잎이 없는 배주 모양입니다. 은행나무의 수분 과정은 특이하며, 정충이라는 미세한 곤충이 꽃가루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정충은 일본의 히라 교수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현재도 일본의 동경 식물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그 열매와 잎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됩니다. 한방에서는 파킨슨병, 당뇨병, 수렴제 등으로 사용되며, 민간에서는 위경련과 진해제로 사용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은행나무의 추출 성분인 징코 미로가 성인병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한국의 은행나무 잎이 다른 나라보다 약효가 10배에서 20배 더 높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은행나무의 활용은 식물학적으로도 흥미롭고, 문헌에서 종자 형태에 따라 암나무와 수나무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으며, 현대에도 여전히 이 방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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