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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나무
서어나무

 

서어나무의 생태와 특징

서어나무는 산림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는 서어나무가 극상림을 구성하는 수종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식물의 군집도 사회처럼 형성되고 발전되며, 이러한 과정을 천이라고 부릅니다. 천이의 마지막 단계에서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가진 토양 위에 형성된 안정된 산림군락을 극상림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지형에 따라 극상수종도 달라지지만, 온대 중부 활엽수림에서는 서어나무가 극상림의 대표 수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어나무는 우리나라가 세계 분포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화석을 분석해 보면 서어나무 속 식물은 아시아에서 제3기부터 출현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십 종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분포의 중심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서어나무의 학명은 '카르피누스 락시플로라'인데, 여기서 '카르피누스'는 켈트어로 '나무'와 '머리'를 뜻하는 단어의 합성어로, 나무의 우두머리를 의미합니다. 서어나무 속 식물은 생태학적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분류학적으로는 논란이 많습니다. 자작나무과에 속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개암나무과에 넣기도 하고, 서어나무과로 독립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서어나무의 종류에 대해서도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여, 적게는 7종에서 많게는 14종까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는 서어나무의 형태 변이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어나무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나무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른 봄 서어나무의 새순은 연두빛이 아닌 진한 붉은빛으로, 멀리서 보면 색다른 봄꽃처럼 보입니다. 핏빛처럼 빨갛던 새순이 점차 연두빛으로 변하며 사방에 퍼져 서어나무가 주는 싱그러움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서어나무의 잎은 타원형으로, 10-12쌍의 가지런한 잎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어나무의 생태적 중요성과 분포

서어나무는 꽃도 특이합니다. 연애꽃들처럼 화려한 꽃잎이 없어서 꽃인 줄 모르기 쉽습니다. 이러한 꽃이 결실하여 열매로 자라는데, 열매는 포에 싸여 층층이 포개져 손가락 하나 길이의 이삭 모양으로 길게 늘어집니다. 서어나무에서만 볼 수 있는 개성 있는 모습입니다. 서어나무의 멋은 가을 단풍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노랗지도 않고 아주 붉지도 않은, 두 색을 섞어 약간의 흰색까지 더한 은은한 분위기가 매력적입니다. 서어나무는 가을이 되면 노란색과 붉은색이 섞인 아름다운 단풍을 자랑합니다. 가을 잎새가 다 떨어지고 나면 서어나무는 특유의 가지를 드러냅니다. 서어나무의 수피는 회색에 검은 얼룩이 섞여 있고, 마치 보디빌더의 팔뚝 근육처럼 울퉁불퉁하여 힘이 넘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서어나무의 별명은 '멋을들이' 또는 '근육나무'입니다. 서어나무와 비슷한 나무로는 개서어나무와 까치박달이 있습니다. 서어나무와 개서어나무의 잎은 비슷해서 구분하기 어렵지만, 잎의 표면에 털이 나 있으면 개서어나무입니다. 분포적인 특징으로는 산의 아래쪽에서 나타나면 서어나무, 고도가 높은 곳에서 나타나면 개서어나무일 가능성이 큽니다. 까치박달은 잎이 더 촘촘하게 나와 구분하기 쉬운데, 잎맥이 12-20쌍이면 까치박달, 12쌍 이하면 서어나무입니다. 서어나무는 계절별로 보여주는 색감과 줄기의 멋스러움 등 장점이 많아 조경수로 적합합니다. 목재로도 이용할 수 있으며, 결이 고르고 약간 무겁고 잘 갈라지지 않아 가구제, 농기구, 세공제로 사용됩니다.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골목으로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새순의 색과 줄기의 특성 때문에 분재 소재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서어나무의 역사와 보존

서어나무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00년 러시아 식물학자 리빈에 의해서입니다. 그는 서울에서 서어나무를 발견하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서울에서 서어나무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남산의 식물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산에 서어나무가 자란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여러 차례 조사에도 불구하고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서어나무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일 수 있습니다. 중부지방에서 서어나무 숲을 제대로 보려면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광릉숲 소리봉을 추천합니다. 광릉은 세조의 왕릉이 있어 보호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시험림이 있어 보호되었습니다. 전쟁을 피한 유일한 천연림으로, 수백 년에 걸친 보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단위 면적당 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서어나무는 황해도와 강원도 이남에서 자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에 있는 서어나무가 가장 북쪽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포천의 광릉숲에는 서어나무와 개서어나무, 팽나무 등이 줄지어 있어 천연기념물 제82호와 제108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서어나무의 번식은 늦가을에 채취한 종자를 건조하지 않은 곳에 보관하였다가 이듬해 3월쯤 파종하면 됩니다. 추위에는 비교적 잘 견디지만 공해에는 약하므로 심는 장소를 잘 골라야 합니다. 서어나무 숲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지닌 중요한 자원입니다. 이러한 숲을 보존하고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입니다. 서어나무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보존하는 데 힘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어나무 숲을 방문하여 그 고운 빛깔과 소리, 냄새를 느껴보는 것은 자연과 하나 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