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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등나무

 

등나무 꽃의 아름다움과 매력

등나무 꽃이 한창 피어 있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연보라색 꽃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따사로운 5월의 볕 아래에서 피어나는 등 꽃은 여린 녹색빛 잎새와 어우러져 사랑스러우면서도, 그 친친 휘감아 올라가는 줄기에서 웅장함도 느껴집니다. 등 꽃이 피는 이 계절에 등나무 곁에 서면 나른한 봄 기운이 물씬 느껴집니다. 은은하면서도 깔끔한 등 꽃 향기는 진하고 달콤한 아까시나무 꽃 향기와 사뭇 다릅니다. 그러나 대개는 봄에 등 꽃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한 여름 볕이 따가워 그 그늘을 찾기 전까지는 등 꽃이 피는 5월에 등나무를 눈여겨 보지 않게 됩니다. 등나무 그늘을 찾을 즈음이면 이미 등 꽃은 사라지고 긴 꼬투리 열매로 그 흔적을 남긴 채 사라져 버려 꽃의 아름다움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나무가 봄에 꽃이 피면 사랑을 받지만, 여름에는 잊히게 되며, 등나무만이 유독 봄에 많은 꽃을 피움에도 여름에 주목받습니다. 등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덩굴성 식물입니다. '등'이라는 한자는 위로 감고 올라가는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문자입니다. 학술적으로 이 나무의 본래 이름은 참등이라고 하는데, 흔히 등이라고 하여 산 등이나 애기 등 같은 등나무 류를 통칭합니다. 어떤 학자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참등과 구분하여 여름에 흰 꽃이 피는 일본 특산 나무인 후지 등나무를 '위스테리아 자포니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저마다 다르게 부르다 보니 이제는 참등을 그저 등나무라 부르는 것이 예사입니다.

 

등나무의 생태와 분포

우리나라 산에서 야생 상태로 자라는 것을 산등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산등은 우리나라에서는 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등나무는 흔히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참등과 같은 종류입니다. 부산 동래의 범어사 뒷산인 금정산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큰 바위가 드러난 곳에 수많은 등나무가 소나무와 팽나무를 감고 올라가며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 범어사의 등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제176호로 지정되었으며, 이 계곡의 이름도 등골이라고 불립니다. 등나무는 덩굴성 식물로, 원줄기가 특히 길게 뻗어나와 많은 가지를 만들며 다른 물체를 감고 자랍니다. 흔히 보는 참등은 지주목을 오른쪽 방향으로 감고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오른쪽뿐만 아니라 왼쪽 방향으로도 감고 올라갑니다. 이 줄기에서 봄에는 잎과 꽃이 함께 싹터 자라기 시작하는데, 완전히 자랄 쯤엔 반짝이는 보송한 솜털을 벗어버리고 풀어지기 시작합니다. 등나무 잎은 잎자루 하나에 작은 잎을 여러 개 달고 있는 복엽입니다. 복엽 안에는 달걀 모양을 한 끝이 뾰족한 작은 잎이 13개에서 많게는 19개까지 달립니다. 한껏 자란 꽃대는 30cm가 넘고, 연 자주색 꽃이 수없이 많이 달립니다. 등나무의 학명은 '위스테리아 플로리분다'인데, 앞의 말은 이 나무를 찾아낸 미국인 학자 위스터를 기념해 붙인 이름이고, 뒤의 말은 꽃이 많다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포도송이보다 더 많이 매달리는 등 꽃을 보면 이 학명을 붙인 것이 이해됩니다. 꽃을 자세히 보면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생긴 꽃잎은 연 자주색이고, 그 밑으로는 황록색이 돌며, 안쪽으로는 짙은 자줏빛을 띱니다.

 

등나무의 다양한 쓰임새

등나무의 쓰임새는 다양합니다. 시원한 그늘을 주는 정원수로 으뜸이며, 한여름 도심에서 등나무 그늘보다 더 좋은 휴식처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등나무는 쉽게 자라므로 지주목을 세워 몇 그루 심으면 몇 해 안에 좋은 그늘을 제공합니다. 우리나라 전통 정원 양식으로 꼽히는 전라남도 담양군의 소쇄원이나 강진군의 다산초당 정원에 등나무가 심어졌다는 기록을 보면, 이 나무가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오래전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등나무는 어린 잎이나 꽃을 무쳐 먹기도 하며, 특히 꽃으로 음식을 만들어 '등화채'라는 꽃나물을 만들기도 합니다. 참등의 꽃을 따서 소금물에 절여 찰떡처럼 치대고 식혀서 소금과 기름에 무쳐 먹기도 합니다. 종자는 볶아먹고, 덩굴은 바구니를 만드는 데 쓰이며, 질긴 나무껍질은 새끼를 꼬거나 키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일부에서는 등나무의 줄기를 가늘게 쪼개어 '등거리'라는 속옷을 만들어 입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꼬인 줄기로 만든 등나무 지팡이는 신선이 짚고 다니는 것이라 여겨 귀하게 여깁니다. 최근에는 고급 가구로 팔리는 등가구는 실제로는 등나무가 아닌 '라탄'이라는 덩굴 식물로 만든 것입니다. 등나무 줄기는 섬유로 가공이 가능하여, 신라 시대에는 등나무 섬유로 만든 둔포가 기록되어 있고, 고려도경에는 등나무 섬유로 그릇을 만들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등나무 꽃에 꿀이 많아 양봉 농가에서도 환영받는 나무입니다. 중국에서는 등나무 향을 피우면 향기가 좋고 다른 향과 잘 어울려 신이 강림한다고 여겨집니다. 일본에서는 등나무 줄기에서 생기는 혹이 위암에 효과가 있다고 임상 실험 중입니다.